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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신선하고 간단한 이별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다가
문득 두려워졌다.
처음에는 선명하게 잘만 들리던 노래가
도로에 나가서는 묻혀버렸고,
사람들이 떠들면 그 소리는 이어폰을
뚫고 들어오기도 하였다.
소리를 높였다.
1번, 2번 눌렀다.
소리는 커져서 주변 소음을 무시하기
좋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익숙해졌다.
소리는 다시 묻혔고
내가 네게 말하던 말소리도 묻혀버렸다.
주변 소음들이 방해를 했고,
더 큰 소리로 너에게 말을 건넸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두려움은 직감했다.
이대로 가다간 익숙해져 버릴 거라고
새로움도 잠시뿐이라고
소리가 15가 넘어가는 이상
우리는 터져버리고 남는 건 없다고
그만 익숙해지자고 체념했다.
그러자 네가 말했다.
이어폰을 빼는 게 어때?
너는 빼버리자고 용길 내 말 했다.
언제 뺄까?
내가 물었다.
언제 빼고 싶은데?
너도 물었고,
나는 답했다.
지금.
이어폰을 빼내었다.
주변 소리는 생각보다 크게 들려오는데도
이상하게 상쾌했다.
그리고 아픈 귀를 문지르며 생각했다.
노래는 이어폰을 끼지 않아도 들을 수 있구나
언젠가 흘러나오는 멜로디를 들으며
다시 사랑할 거라고
너와 약속했다.



(작품 해설)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면
주변 소음들의 묻혀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소리를 키워보지만
소리를 키울 때만 잘 들리고 얼마 가지 못해 소리는 다시 주변 소음에 묻히고 우리는 거기에 익숙해진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열렬히 사랑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주변 환경이 방해를 한다. 결국 싸움으로 번져서 연애 초창기엔 큰 충격을 준다.
하지만 싸움도 날이 갈수록 익숙해지고
아무리 말을 해봐도 도통 통하지 않을 때를 난 볼륨15 이상으로 생각한다.
15 이상 소리를 키울 수 없는 우리에겐
끝이 다가왔고, 이어폰을 벗음으로써
끝을 맺게 된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어폰 같은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겐 아직 많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고 이어폰에서 벗어나 또 다른 사랑을 할 시간도 있다. 이어폰에서 벗어난 사랑이란
주위 환경과 사랑을 병행하는 사랑을 뜻한다.                     이어폰을 오래 끼면 귀가 아프듯이 빼고 나서도 귀가 살짝짓눌린 듯 아프다.
하지만 이어폰에서 벗어난 사랑은 그런 것이 없다. 

아마 누구나 추구하는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L_i_ep_1103



순간에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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